반도체 칩 안에 금속 배선을 분리하는 새로운 소재가 개발됐다. 이 소재를 이용하면 소자를 아주 작게 만들 수 있고, 메모리와 같은 반도체 칩의 작동 속도를 높일 수 있다.
UNIST(총장 이용훈) 자연과학부의 신현석 교수팀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원장 황성우)의 신현진 전문연구원팀, 기초과학연구원(IBS)을 포함하는 국제 공동 연구진이 반도체 집적회로(Integrated Chip, IC칩)에 사용될 수 있는 ‘초저유전율 절연체’를 개발했다. 합성된 절연체를 사용하면 반도체 회로 간 전기적 간섭을 획기적으로 줄여 ‘소자 미세화’가 가능하다.
반도체 칩에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정보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려면, 칩 안에 소자 숫자가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더 많은 소자를 넣으려고 소자 크기를 작게 만들면 오히려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반도체 내부에서 전자를 금속 배선 안에만 머무르게 만드는 ‘절연체’가 전자를 모으는 성질(유전율)이 있어 전자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자가 작아지고 배선 사이 간격이 좁아지면 이러한 현상이 더 심해진다. 따라서 반도체 소자의 집적도를 높이려면, 금속 배선에서 전자 이탈은 막으면서도 유전율은 낮은 절연체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론적 계산 및 포항가속기연구소 4D 빔라인의 ‘각도 분해능 X-선 흡광분석기(NEXAFS)’를 이용해 비정질 질화붕소 소재의 유전율이 낮은 이유도 찾아냈다. 질화붕소의 전자 구조 및 배향성 등을 분석한 결과, ‘원자 배열의 불규칙성이 유전율을 낮게 만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기계적 강도 또한 우수하다. 기존에는 절연체의 유전율을 낮추기 위해 소재 안에 미세한 공기 구멍을 넣어 강도가 약해졌다. 그러나 비정질 질화붕소는 물질 자체의 유전율이 낮으므로 이런 작업이 필요 없고 기계적 강도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이 물질은 전자의 이동을 막을 뿐만 아니라 금속 원자가 반도체 영역으로 침범하는 것을 막는 ‘금속 확산 방지막’ 역할도 가능하다.
신현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은 “기술적 난제로 여겨진 유전율 2.5 이하의 고강도 신소재를 발견했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학계와 산업계의 상호협력을 통한 시너지 창출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신현석 UNIST 교수는 “이 물질이 상용화된다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반도체 산업에 닥친 위기를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초격자 전략’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소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의 그래핀 연구프로젝트(Graphene Flagship)의 파트너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매니쉬 초왈라 교수와 스페인 ICN2 스테판 로슈 교수가 참여한 이번 연구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6월 24일(현지시각)자로 공개됐다. 연구 수행은 삼성전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실사업, 글로벌프론티어사업(나노기반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연구단),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Article: Ultralow-dielectric-constant amorphous boron nitride. Nature 582, 511-514(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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